부모의 투사 심리,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둔갑 된 부모 자신의 불안

“아이가 소심한 성격이라 걱정 되요.”

“우리 애가 좀 산만한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둘째가 많이 내성적이라 친구들 사귀는걸 힘들어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부모님들의 자식 걱정이 더 많아지지 않으셨나요?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과 선생님, 친구들과 잘 적응하여 지낼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걱정이 많이 드는 시기일 텐데요.

그런데 부모님들이 자녀에 대해 걱정하는 내용을 잘 살펴보면 사실 크게 걱정할 거리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질 일이거나 작은 부분을 확대하여 큰 문제로 인식하면서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 한번쯤은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걱정이 많은 부모님들의 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자녀들보다는 부모님의 불안한 심리가 ‘투사(projection)’ 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모의 투사심리(Parental Projection)란?

부모의 투사 심리란, 부모가 자신의 감정, 생각, 불안, 또는 갈등을 자녀에게 전가하거나 투영하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투사(projection)란, 정신분석이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일종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또는 문제점 등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무의식적인 심리작용을 뜻합니다.

이러한 부모의 투사심리가 어떻게 자녀를 향한 시각에 프레임을 씌우고 과도한 걱정으로 연결되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1. 불안으로 인한 투사

부모 자신이 지나치게 불안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자녀가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할 때 “너는 실패할거야”, “그렇게 하면 망치게 될 거야” 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자녀에게 투사하게 되고, 이런 경우 자녀는 부모의 불안을 내면화하게 되어, 자신감이 부족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2. 과도한 기대에 대한 투사

부모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이나 목표를 자녀에게 강요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어린 시절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했을 때, 자녀에게 “너는 반드시 운동을 잘해야 한다”, “너는 꼭 운동선수가 되야 하고, 운동선수 외에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미완성된 꿈을 투사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자녀는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닌 부모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게 되어, 자아 존중감을 잃을 수 있습니다.

3. 부모의 감정적 상처로 인한 투사

부모가 과거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았던 감정적인 상처나 거절을 자녀에게 투사하여, 자녀가 실수를 하거나 반항할 때 과도하게 공격적이거나 냉정적인 반응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자녀는 부모의 감정적 상처를 떠안고, 자신이 자주 거부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될 수 있고, 이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초래하게 됩니다.
 

4. 투사를 통해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는 경우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자녀가 스트레스나 불안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면서 “너는 항상 이렇게 불안해하고 문제를 일으킨다”라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부모는 자녀가 느끼는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녀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비난하는 형태로 투사가 발생합니다. 

그로 인해 자녀는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느끼게 되어 감정을 억누르거나 표현하지 않으려 할 수 있고, 나아가 감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5. 과거의 차별이나 편견에 대한 투사

부모가 과거에 인종, 성별,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면, 자녀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일 거야”라는 식으로 편견을 투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신이 겪었던 차별을 자녀에게 투사하면서 “너는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되지 말아라”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자녀는 부모의 부정적인 편견을 내면화하여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차별적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인식의 범위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부모의 투사 심리는 부모의 감정, 불안, 과거의 경험 등을 자녀에게 투영하게 되면서, 자녀의 성장과 자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자녀와의 관계에서 감정적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며, 자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투사 심리의 해결 방법은?

1. 자기 인식과 반성하기

먼저 부모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불안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에게 투사하는 감정을 잘 인식하려면 정기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고 그것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자녀에 대한 기대를 투사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하며, 혹시나 자신이 과거에 겪은 경험이나 미해결된 감정이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고, 부모가 의식적으로 자녀에게 불필요한 감정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자녀와의 열린 대화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기 보다는 적절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자녀도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열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가 겪는 감정이나 경험을 경청하고, 그 감정이 중요한 것임을 인정해줘야 하며, 자신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감정적 경계 설정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감정적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부모의 감정은 부모의 것이며, 자녀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경험하고 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지 않도록 경계를 두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자녀가 슬퍼하거나 불안해할 때 부모는 자녀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자녀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4. 부모와 자녀의 역할 분리

부모가 자녀에게 역할을 너무 많이 부여하거나,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자녀가 본래의 자녀 역할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5. 과도한 기대 줄이기

자녀에게 기대를 강요하는 것을 피하고, 자녀가 자신의 방식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합니다. 

부모의 기대나 미완성된 꿈을 자녀에게 투사하는 대신,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는 자신이 겪는 감정적 어려움이나 과거의 트라우마를 잘 이해하고 해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스로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분명 존재하며, 이런 경우 심리상담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익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자기개선과 돌봄을 통해 감정상태를 안정 시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녀에게 긍정적인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자녀가 자신감을 갖고 자아를 확립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부모의 투사 심리로 인해 자녀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진짜 마음과는 다르게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이나 성장에 치명타를 입게 할 수 도 있습니다. 

쉽게 바뀌기 힘든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을, 또는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 부분을 부모님이 자꾸 문제 삼게 되면서 ‘멀쩡한 아이’가 ‘못난 아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자녀가 아니라, 부모의 숨겨진 불안이나 욕망이 자녀에게 투사되었던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따라서 정말 자녀를 위하고 싶다면 문제상황에서 아이를 다그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도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자녀를 걱정하는 나의 근심에 타당한 이유나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걱정은 알맞은 정도인지, 만약 근거가 없다면 그 근심의 근원은 무엇인지 자기 마음속을 잘 들여다 봐야 합니다.